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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원해준다면, 기꺼이.

케인(Khane) 2016. 12. 15. 21:48
조금씩 천천히 안으로 나아갔다.
절반가량 왔음에도 불을 켤 스위치같은게 없어 슬 드는 이상한 느낌에 이만 돌아갈까,라고 생각한 순간.

탕.

하고. 무언가가. 심장으로.


의외로 아프지 않았다. 되려 한번에 꿰뚫렸기에 거의 즉사에 가까웠거든.
그렇기에 한없이 짧았던 주마등 사이에. 왜 유독 네 얼굴이 보였던걸까.

Want, Y. 앞이 보이지 않는자. 이 연회에서 가장 위태로운자. 분명 그정도 인식밖에는 없던 자였다.
그래, 그랬을. 터였다. 그런데 그런 그대에게 언제 이러한 마음을 품게 됐는가. 그대를 만난건 2일도 채 될까말까한 짧은 시간.
그 짧은 시간에 그대는 나에게 어떤 존재가 되었는가?



죽은 자의 세계는 지루하다 핑곌대고 잠시 그대들의 곁으로 내려가 어울렸을때. 웅크린 그대를 발견했다네.
혹여 어디 아픈가 싶어, 그대의 등을 손끝으로 가벼이 두드렸더니 곧바로 나임을 알아차리기에 답지않게 기뻐 내 얼굴을 쓰다듬는 자네의 손에다 입을 맞췄지. 원래라면 하지 않을 행동이네만. 정말 기뻤거든.

그러자 어찌된 일인지 내게 입을 맞춰오는 그대에(정말 입을 맞대는것 뿐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그때 한창 소란스럽던 사이 떠돌던 이상한 액체를 그대도 마셨던거겠지.) 잠시 당황했다 이내 내 작은 이기심으로 맞닿은 그대의 입술에 입을 맞췄네.
아마 난 곧 잊혀질 이겠지만. 혹여나, 혹여나 그대가 이 입맞춤으로 날 기억해 줄까 하여.

입맞춤을 끝내고, 그대가 왜 그랬냐, 묻지 못하게끔 무작정 사과만 퍼부어주고 시간이 다 되었다는 핑계를 대고 돌아와버렸다네.
끝까지 치사했던게지, 이 나는.

그러한 낮이 가고, 늦은 밤이 되었을 때 갑자기 그대가 나를 찾아왔다네.
어찌 그리 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어. 한번 더 만나고 싶다는 그대의 소원을 그대를 어여삐 여기는 신께서 들어준걸지도.

그렇게 그대는 내게 찾아와, 또 한번 내 마음을 뒤흔들어.
난, 이미, 죽은 자임에도.

그대는 내게 와 보고싶었다고 말했네. 그리고 곁에 머물러 달라고. 내가 그대 옆에 있으면 좋겠다고.
분명 죽은 나는 살아있는 그대에게 해악뿐인 존재기에. 그런 그대에게 몇번이고 몇번이고 되물을 수 밖에 없었네.
어쩌면 그것은 그대에게 확실하게 나라는 족쇄를 채우기 위한 질문이였을지도.



난 그리 착한 자가 아니라네.

그렇지만 세실, 그대가 날 원해줬으니.
죽은 영혼이나마, 영원히 그대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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