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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원래 모두 꽃이었어"

"꽃의 신님의 사랑을 받아 우리는 인간이 된거야"


그저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떠도는 신화라지만, 실제로 사람이 죽으면 꽃이 된다. 전쟁터는 수많은 꽃들로 이루어진 꽃길이 되고, 묘지에는 언제나 꽃이 핀다.


그리고 '누군가 그 꽃을 공들여 키우면 죽은이가 되돌아온다.'


사람이 죽고 땅에 묻어 이듬해 봄이되면, 그 묻힌 곳 위에 꽃이 자라난다그 꽃을 물을 주고, 사랑을 주면서 매일 가꾸면 몇년이 지나 죽은 이의 열매가 맺힌다.

열매 스스로가 자연히 떨어질때까지 강제로 떼어내어서는 안되며, 만일 강제로 떼어내었을시에는 부활한 이의 몸이나 정신 어딘가에 이상이 생긴다.

또한, 열매에서 깨어난 이는 꽃으로 펴, 열매가 떨어지기까지의 시간만큼의 나이를 먹는다. 일찍 맺혀 깨어난다면 어린 나이와 육체를,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그시간 만큼의 나이와 육체를 가지게된다. 사람마다 열매가 맺히기까지의 시간은 다르다.

꽃이 사랑을 받지 않고 그 해에 시들면, 죽은 자의 부활로서의 힘은 없어지고 그저 들꽃이되어 그곳에 뿌리내린다. 과거 전쟁터였던 곳에 꽃이 만발한 이유가 그 탓이다.


..그렇기에 자연에서 꽃을 캐와 팔거나 키우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혹시나 그 꽃이 자라나 열매가 열린다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법이 지정되기 이전에는, 그렇게 자라나 버려지는 아이가 많았다고 한다.


**

라고해도 설마 내가 그 꽃을 키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청년..을 지나 중년의 나이에 한발짝 발을 올린 사내가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그런 그의 눈앞에는 열매의 낙과를 앞둔, 큰 나무로 자란 ''이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열매 속의 이가 깨어나기까지 그 최장 기한은 10. 그리고 오늘로 꽃이 핀지 10년째. 곧 떨어질 열매를 기다리며 사내는 잠시 과거를 돌아보았다.

갑작스런 너의 죽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잠시간 한 방황, 무덤에 핀 꽃을 돌보게 된것, 이리 긴 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너에 대한 야속함 등등.. 그렇게 과거의 추억에 잠긴 시간도 잠시.


이내 투둑,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열매를 사내는 두 팔로 안아들었다.

개화에서부터 낙과하기까지의 10년이란 시간탓에 열매의 무게는 상당했으나, 무게따위 느껴지지 않는듯 사내의 얼굴에는 그 특유의 옅은 미소가 짙었다.




..네가 돌아와서 기뻐, 루카.


사내-콜린 밀러-는 제 품안의 아직 깨어나지 않은 열매를 향해 속삭이며, 오랜 시간을 거쳐 돌아온 연인에게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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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lios  (0) 2016.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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